그라파(Grappa) — 포도에서 태어난 이탈리아의 영혼

🍇 그라파(Grappa) — 포도에서 태어난 이탈리아의 영혼
그라파(Grappa)는 이탈리아의 전통 증류주로,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찌꺼기(포마스, pomace) 를 증류해 만든 술입니다.
버려질 재료를 다시 살려내는 이탈리아인의 지혜가 담긴, “제로 웨이스트” 정신의 대표적인 술이죠.
그라파의 기원
그라파의 역사는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탈리아 북부, 특히 베네토(Veneto) 와 프리울리(Friuli) 지역의 농부들은 와인 양조 후 남은 포도 찌꺼기를 증류해 술을 만들었습니다.
값비싼 와인을 사 마실 수 없던 이들에게, 그라파는 생활 속의 술이자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에너지였죠.
어떻게 만들어질까?
- 와인 생산 후 남은 포도 껍질과 씨, 줄기(포마스) 를 모읍니다.
- 이를 증류기(distiller) 에 넣고 가열해 알코올을 추출합니다.
- 증류된 원액을 숙성하거나 바로 병입해 완성합니다.
그라파의 맛은 사용된 포도의 품종, 숙성 여부, 증류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스테인리스 탱크 숙성은 맑고 강한 향, 오크통 숙성은 부드럽고 달콤한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향과 맛의 세계
그라파는 알코올 도수가 40~45도 사이로 꽤 강하지만,
잘 만든 그라파는 꽃, 허브, 견과류, 꿀 같은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젊은 그라파 (Grappa Giovane): 투명하고 강렬한 맛
- 숙성 그라파 (Grappa Invecchiata): 황금빛, 부드러운 나무 향
- 향 첨가 그라파 (Grappa Aromatizzata): 허브나 과일 향 추가
커피와 함께 즐기는 그라파 — Caffè Corretto
이탈리아에서는 식사 후 에스프레소에 한 방울의 그라파를 떨어뜨린 카페 코레또(Caffè Corretto) 를 즐깁니다.
커피의 쓴맛과 증류주의 따뜻한 향이 어우러져, 진한 이탈리아식 마무리를 완성하죠.
오늘날의 그라파
예전엔 서민의 술로 여겨졌지만, 지금의 그라파는 장인 정신이 깃든 프리미엄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Nonino, Poli, Berta, Nardini 같은 브랜드들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죠.
마무리
그라파는 단순한 술이 아닙니다.
와인의 부산물을 새로운 생명으로 바꾼, 이탈리아의 지속가능한 미학과 장인정신이 담긴 증류주입니다.
다음에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실 때, 그라파 몇 방울로 이탈리아의 따뜻한 밤을 떠올려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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